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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년시절 한 토막

- 동섬을 그리며 해마다 무더운 여름이 오면 바닷가 개펄 밭에 깊숙이 묻힌 내 유년시절 한 자락을 들춘다. 그곳은 목포역 뒤 ‘동섬’ 동쪽에 있다는 작은 섬 어쩌다 똥섬이라고도 불렸지만 우리에겐 여름 방학 놀이터였지. 온몸에 뻘 칠을 한 대 여섯 꼬마 검둥이들이 꼬추를 내 놓고 밀물이 흥건한 바다 한 구석에서 가져 온 낚시를 던져 망둥어나 돔 잡이에 신이 났고 도망가는 썰물이 넓은 개펄 밭을 들어내면 헤엄쳐 건너가서 두 다리 푹푹 빠져가며 게 구멍 쑤셔 게를 잡고 어쩌다 낙지 잡으면 찢어서 나눠 먹고 갈매기를 보면 산에서처럼 얏호! 얏호! 하늘로 손나팔 불면 지나가던 갈매기들이 끼룩, 끼룩, 끼룩.. 대답하며 날아갔었지. 누구의 말에 따라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작은 섬 한 바퀴 돌아오면 맨 꼴지 아이가 ..

동화시 2021.01.31

성탄절과 마구간 신앙

최근 우리나라에 호적법이 많이 바뀌어졌다. 그 중에 출생지를 정확하게 현실화하는 법이 새로 등장했다. 즉 전에는 아이가 병원에서 출생했더라도 출생지는 그 부모가 사는 집의 주소로 등록했었다. 그런데 요즘 바뀐 법에 의하면, 아이가 병원에서 태어 낳으면 00시 00동의 00병원이라고 출생지를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호적법에 따른다면, 예수님의 출생지는 이스라엘 베들레헴의 어느 마굿간이 될 것이다. 문제는 존귀하신 하나님의 아들이 어떻게 더럽고 천한 마구간에서 지극히 초라한 모습으로 탄생 할 수 있었을까? 사람마다 의구심을 품지만, 여기에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 석가모니는 인도 가비라 성주의 아들로 호화로운 왕궁에서 출생했고, 마호메트는 아라비아 메카에서 유복자로 안방에서 태어났다. 그들에 ..

칼럼 2021.01.30

똥통에서 건진 성경책

그날은 1963년 4월 어느 주일 아침이었다. 경기 화성군 반월면 당수리의 마을교회에 낮예배가 시작되었다. 신자들은 겨우 부녀자 10여명과 남자 2-3명이 마루예배당에 앉아 드리는 예배였지만 , 그들은 완고한 한 씨족들의 반대를 이기고 교회에 다니는 신앙의 용사들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신자들은 이상한 냄새에 신경이 쓰여 예배에 정성을 기우릴 수 없었다. 담임전도사가 설교를 마치고, 먼저 교회에 관한 광고를 한 후, 신자들에게 광고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당시 시골교회에서는 흔히 그랬다. 그러자 어느 여집사가 일어나서 “예배 시작 때부터 나쁜 냄새가 나는데 왜 그런지 조사했으면 좋겠습니다.”하고 말하자, 신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감을 표시했다. 바로 그 때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정정혜 집사가 조..

신사참배 반대한 강경교회 어린이들

지금 충남 강경시에 가면, 강경성결교회 넓은 마당에 커다란 화강암에 사연과 그림까지 조각한 큰 기념비가 서 있다. 이는 당시 우리 국민으로 '최초 신사참배 거부 선도기념비'로, 신사참배를 반대한 강경성결교회 교사와 어린이를 위한 기념비인데, 보는 이마다 국가와 신앙을 생각하게 하는 감동을 준다. 그 기념비의 사연을 간략하게 알아 보자. 1924년 10월 어느 주일이었다. 그때는 일제 강점기로, 강경성결교회의 주일(교회)학교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 속에서 반사회의를 했다. 그때 강경소(초등)학교 교사로 있는 김복희 반사가 열변을 토했다. “구약성경 다니엘서에 나오는 우상숭배 사건이 지금 우리 앞에 닥쳤어요. 총독부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하기로 결정하고, 우선 소학교 아이들부터 시키기로 했답니다...

울산바위

“한반도 기묘한 바위들, 다 모여라!” 태초에 창조주 말씀에 울산에서 금강산 향해 날아오다 조금 늦어 설악산에 머물었다는 그 우람한 체구 밑에 서면 자꾸만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본다. 우러러 우러러 보는 시선 끝에 펄럭이는 청잣빛 하늘 바람 따라 태고의 숨결이 끝없이 밀려오는 고요 속에 눈이 저절로 감기고 말과 생각을 모두 잃고 들려오는 듯 어떤 세미한 음성에 두 귀가 자꾸만 열려져 간다. -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 (시편 121: 1) - 월간 창조문예(2015. 9)

2021.01.28

자녀 위해 무엇을 남겨야 할까

지난 8월 16일 8순의 실향민 강태원 씨가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KBS사장을 찾아갔다. 그는 해방 직후 단신 월남하여 쉰 떡을 먹어가며 근검해서 모은 그의 피와 땀이 고스라니 엉킨 현금 2백억 원의 예금통장과 70억 원 상당의 부동산 등기등본을 내놓고, 이 돈을 사회의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데 사용해 달라고 맡겼다고 한다. 이 사건은 황금만능사상과 극도의 이기주의가 만연하여 삭막한 우리의 사회에 내리는 단비였다. 동시에 가뜩이나 태풍의 피해로 막대한 재산과 인명피해, 그리고 수 만 가구의 이재민의 울부짖음이 계속되는 답답하고 우울한 세상을 달래주는 시원한 청량제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는 1남 4녀의 자녀들에게는 아무 것도 물려주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아이들을 대학공부 시켜주고 결혼을 시..

칼럼 2021.01.27

평화의 전도사 지미 카터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003년 8월 25일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다. 곰즈 씨는 지난 1월 25일 북한에 그들의 불의를 지적하고 시정을 목적으로 두만강 경계를 넘어 북한에 들어갔다가 즉시 체포되어, 재판에서 불법 입국과 간첩혐의 등으로 노동교화 8년, 벌금 7000만원(한화 8억여원)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다. 그런데 지난 7월에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곰즈가 자기를 구출해 주지 않은 미국 정부에 대해 실망하고 자살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전례처럼 미 고위급 인사가 북한에 와서 사과를 하고 곰즈를 데려가라는 북한의 노골적인 요구에 대해 한 사람 미국민의 인권 위해 미국이 응한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은 세계평..

칼럼 2021.01.22

전도사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회의 교단 헌법에 의하면, 전도사는 공통적으로 그 교단이 직영하는 신학대학을 졸업한 자로 교회의 청빙 받아 지방회의 승인을 받아야 직분이 주어진다고 했다. 즉 목사가 되기 전, 하나의 인턴과정에 있는 목회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한국의 교계에서는 신학대학에 재학 중인 신학생이나, 신학대학에 입학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성경학교를 졸업한 자에게 전도사라고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 덕분에 나도 신학대학에 재학 중에 가끔 듣기 시작한 전도사라는 이름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에게 불려지고 있다. 내가 고교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6.25 전쟁이 휴전되고 몇 년이 지난 1957년이었다. 한국의 수도 서울이지만 전쟁으로 파괴된 건물이나 도로를 ..

수필 2021.01.21

목사-진짜 목사- 바보 같은 성자로 불리운 사람

정재학(鄭在學)은 1906년 인천 앞 바다 덕적도에서 출생했다. 20세 때 고향교회에서 이용도목사의 부흥회에 참석하여 큰 은혜를 받은 후, 기도를 하면 할수록 소명감이 불타올라, 25세 때 서울 아현동 경성성서학원을 찾아가 청강생으로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여름방학이 되자, 동료에게서 충남 서산에 교회가 없다는 말을 듣고서 기도를 했다. 기도를 하면 할 수록 자꾸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불쑥 서산읍에 찾아갔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곳이지만, 그는 방 한 칸을 세로 얻었다. 이튿날부터 날마다 집집마다 다니며 전도를 하니, 하루에 몇 명씩 결심자들이 생겼다. 그는 그들과 함께 자기 셋방에서 예배를 드림으로써 서산성결교회가 개척되었다. 그는 보리죽으로 연명하면서 낮에는 전도, 밤에는 옥녀봉에 올라가 밤을 지..

도박, 이 망국 병을 왜 허락했는가

에드워드 기번(E. Gibbon)의 명저 ‘로마제국의 멸망’에서, 천년왕국 로마멸망 원인의 10가지 중에 도박이 들어 있다. 검투사들의 피비린내 나는 결사적 싸움경기를 시민들이 미칠 듯 좋아했는데, 이 잔인한 놀이문화가 나중에는 도박으로 변하여 이 도박 때문에 모든 재산을 잃고, 심지어 아내와 자식들까지 노예로 팔리는 등 사회적 폐허가 극심했다 한다. 인류의 문명은 정신문화와 놀이문화가 함께 발전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자, 놀이문화는 레저라는 미명으로 국가마다 필수적 사업이 되어 문화부라는 부서를 통해 다각적으로 계발함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산업이 되고 있어 이를 더욱 활성화하려는 추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레저산업에 자칫하면 도박이라는 독소가 스..

칼럼 202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