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07

그리스도의 향기

- 한경직 목사(1902-2000) 옛날이나 오늘이나 향기는 누구나 좋아한다. 향기는 거룩하고 깨끗하고, 사랑, 의(義)로음, 충성과 믿음의 상징으로 생각되어 왔다. 향기는 인간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상쾌하게 하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복음은 우리의 마음을 거룩하게, 깨끗하고 선명하게 하고 화평하게 하고 즐겁게 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간 심령은 성결한 심령이 된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간 그 사람의 입술은 성결하여진다. 입술 뿐 아니고 그의 전 생활이 정화되고 미화되고 사랑으로 화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간 가정은 정결하게 된다. 사회와 국가도 정화된다. 향기는 이끄는 힘이 있다. 봄 동산에 아름다운 꽃이 필 때에 벌과 나비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하여 오는 것만이 아니다. 그..

칼럼 2023.01.31

역경과 믿음

- 한경직(1902~ 2000) 인생의 행로는 항상 평탄하지가 않다. 때로는 큰 강이 우리 앞을 막기도 하고, 큰 산이 우리 앞에 솟아 있기도 하다. 또 우리가 살아갈 때에 보이지 않은 큰 장벽이 앞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기독교 큰 교단의 하나인 감리교회를 18세기에 영국에서 창립한 요한 웨슬리 목사가 있었다. 한 번은 어떤 분과 같이 산책을 하는데, 그 분은 사업을 하다 큰 문제가 생겨 해결할 길이 없어 마치 큰 산이 자기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들이 가는 길 옆에는 큰 목장이 있어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먹고 있었다. 목장의 한 곁에는 긴 돌담이 쌓여 있는데 소들이 돌담으로 와서 머리를 쳐들고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담장 밖을 넘겨보기도 하였다. 이것을 본 웨슬리 목사가 ..

칼럼 2023.01.24

열어서 읽으라

한경직 목사(1902~ 2000) 성 어거스틴은 고대 로마제국 말기에 사신 분으로 이름 높은 분이었다. 그는 역사를 통하여 유럽의 사상과 문화를 천여 년 간이나 지배한 위대한 사상가요 문학가요 또 신학자였다. 그의 청년시대에 겪은 한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비상하여 천재적 문학가로 그 명성이 드높았다. 그러나 그의 생활은 방탕하였고, 여자관계가 복잡하였다. 그가 로마제국을 널리 여행하기 위하여 고향인 아프리카의 북방 카테이지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 로마 본토를 두루 다니다가 밀라노라는 도시에 머물고 있었다. 하루는 어떤 집 정원에 혼자 앉아 아름다운 나무들을 보며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열어서 읽으라”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이상히 여겨 사방을 둘러보던 중 자기 앞에..

칼럼 2023.01.17

삶의 큰 등불

- 한경직 목사(1902~ 2000) 인생 행로의 길을 밝히기 위해 이성理性과 양심良心의 두 등불이 필요하다. 그런데 더 기억할 것은 이렇게 귀한 등불이 희미하거나 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이성을 상실할 수도 있고, 양심이 마비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인간의 삶의 길을 언제나 밝히기 위해 한 큰 등불을 주셨는데,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 곧 성경이다. 성경에는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와 문학과 교훈과 서신 등 광범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성경의 기록 목적의 하나는 외로운 길을 걸어가는 인간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어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옛 시편의 기자는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의 빛이니이다”(시 119: 105)고 했고,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두움에 다니..

칼럼 2023.01.11

꿈과 믿음

- 한경직 목사(1902~2000) 새해를 맞아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바로 여기에 인간의 삶의 한계와 허무한 면이 있다. 사람들이 꿈을 꾸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도 많을 것이다. 그가 사는 환경, 그가 사는 시대, 또 그 자신의 여러 가지 허점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몸이 약하다, 어떤 이는 의지가 약하다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리라. 그런데 성경 히브리서 11장을 보면, 믿음으로 승리한 기록을 읽을 수 있다. 이는 고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통해 온갖 역경과 고난을 무릅쓰고 크게 성공한 다시 말하면 꿈을 이룬 많은 용사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들이 무엇으로 꿈을 이루었을까? 오직 믿음 하나였다. 그들은 오직 믿음 하나로 많은 고난..

칼럼 2023.01.03

구세주 예수

- 한경직 목사(1902~2000) 여름에 사람들은 강이나 바다에 가서 수영을 즐긴다. 어떤 사람이 수영을 하다 갑자기 몸에 힘이 빠져 살려달라 소리 지르는 것을 본 어떤 청년이 뛰어 들어가 그 사람을 건져냈다는 사건을 뉴스에서 종종 본다. 다 죽어가는 것을 살려주었으니 그 청년은 그 분에게 구주라 할 수 있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물에 들어가 물에 빠진 사람의 손목을 잡고 직접 이끌어 건져주는 것이다. “왜 빠졌느냐?”고 책망만 하는 것은 그를 살리는 것이 아니다. ‘군자는 큰길로 다녀야 하는데’ 왜어겼느냐?고 따지는 것도 도움되지 않다. 신령한 눈으로 보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죄의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죄의 강에서 구원할 힘이 없다..

칼럼 2022.12.20

믿음과 용기

한경직 목사(1902~2000) 인생의 행로는 봄 동산의 산책이 아니다. 때로는 거친 바람이 불고 장마도 내리는 매일의 생활이 모험이다. 우리는 다음 시간, 다음 날에 무슨 일을 만나런지 아무도 모른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 삶의 길은 험악하다. 우리를 넘어지도록 부딪치는 돌도 많고, 해치려는 악한 짐승들도 많다. 이런 모험의 길을 걷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이다. 우리가 위험한 일을 당할 때 용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된다. 이럴 때 우리에게 무엇이 용기를 주는가? 그것은 오직 믿음이다. 일찍이 다윗은 외쳤다. “내가 비록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害)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 23:4) 또는 “..

칼럼 2022.12.13

죄의 값

- 한경직 목사(1902~ 2000) 죄를 지으면 반드시 그 값을 치루어야 한다. 죄 지으면 사람들은 그 죄를 덮으려 하고, 가리우려고 하지만, 죄는 마치 주머니 속에 든 송곳 같이 옷을 꿰뚫고 나온다. 가장 원하지 않을 때 죄는 나타나 그 댓가를 받아낸다. 전에 나의 대학 동창 중 한 친구는 미국 유학 가려고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갔다. 그는 샌프랜시스코에 도착하여 그곳 이민국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그때 성병균이 발견되어 입국불허로 다시 되돌아 온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가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함께 북경에 가서 술을 먹고 논 일이 있었다. 그때 그는 친구들과 함께 술김에 가지 않을 곳에 갔었다고 한다. 그 후에 약도 먹고 주사도 맞아 완치된 줄 알고 미국 유학을 떠났는데, 배에서 짐을 가지고..

칼럼 2022.12.06

유산遺産

- 한경직(1912~2000) 나는 해방 전에 북경에 가서 청나라의 옛 황궁을 구경한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청나라 말기에 세력가이던 서태후(西太后)의 침실이었다. 넓고 큰 방안에 침상 하나 있고 그 위엔 베개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그때 중국 안내원이 한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서태후가 살았을 때에는 중국의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수많은 신하들이 날마다 그에게 굽실 거렸는데, 그가 남긴 것은 오직 베개 하나뿐입니다” 얼마 전에 나는 영락교회에서 잘 봉사하던 최묘선 권사님의 장례식에 참석했었다. 그의 아들은 4형제로 일찍이 미국에 가서 박사학위 받고 와서 각 방면에서 크게 활동하게 하므로 참으로 칭찬 받을 장한 어머니였다. 남편은 작고한지 오래 되어 혼자 사시면서 교회의 구역장..

칼럼 2022.11.29

사이렌과 하아프

- 한경직(1902~2000) 우리나라에서 ‘사이렌’하면, 흔히 민방의 훈련을 생각한다. 그래서 경적(警笛)이나 혹은 경종(警鐘)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본래의 뜻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옛 헬라신화를 보면, 어느 섬에 사람을 유혹하는 여신 ‘사이렌’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그 섬 근처를 지나가는 선박의 여객들을 그 섬으로 유혹하여 물건을 뺏고 생명도 해쳤다고 한다. 어느 날 그 섬 근처를 지나는 배에는 당시 유명한 음악가 올리어스가 있었다. 사이렌의 유혹의 노래가 들려오자 음악가가 급히 하아프를 연주했다. 사람들은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의 노래보다 아름다운 하아프 소리에 도취되어 그 섬의 유혹을 물리치고 무사히 지나갔다고 한다. 누구나 인생의 바다를 지날 때 종종 유혹의 사이렌을 듣게 된..

칼럼 202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