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25

종교개혁의 뜻

오늘은 종교개혁 505주년을 맞는 기념주일입니다. 1517년 10월 31일 당시 독일 비텐베르크 대학에서 성서학을 가르치던 교수이며, 로만 가톨릭교회의 신부였던 마틴 루터는 교황과 교회를 향하여 95개 조항의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당시 로만 가톨릭교회는 베드로 대성당 건축기금 마련을 위해 면죄부를 팔면서, 이 증서를 구입하기만 하면 지옥 형벌에서 면죄 받고 구원에 이르게 된다고 잘못 가르쳤습니다. 이에 대해 마틴 루터는 교회개혁의 기치를 든 것입니다. 그의 95개 반박문은 중세시대의 막을 내리게 하였고, 교회개혁의 대변혁을 이루는 엄청난 사건입니다. 이때부터 가톨릭교회에서 분리된 신교(프로테스탄트)는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키고 개혁하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500여 년이 지난 오늘 한국교회는 개혁의 ..

어느 날의 기도 3

- 채희문 사람들과 말이 안 되는 날은 훌쩍 산으로 가게 하소서 깊은 산 바위 큰 바위에 올라 이름 모를 새들과 만나면서 바람소리와 지내게 하소서. 시름시름 시름만 겨운 날은 강이나 바다로 떠나게 하소서. 흐르는 물살과 파도의 물이랑을 보며 천만년 인고의 물결을 배우게 하소서. 산과 강과 바다와도 얘기가 안 되는 날은 세상 믿을 것이라곤 없는 날은 하늘로 향하게 하소서 떠가는 흰 구름을 지나 그 구름 사이로 깊이 열리는 빈 하늘을 갖게 하소서. 그런 어느 날 당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을 내리시어 나의 차거운 빈손을 맞아 주소서.

2022.10.29

가을의 언어

- 석우 윤명상 옹알이하던 가을이 이제는 자신의 언어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는 계절이다. 높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그 하늘을 품은 호수와 울긋불긋 산과 들의 단풍들, 가을걷이로 마음을 비운 들녘과 바람과 갈대와 고추잠자리. 하는 말마다 예쁜 말만 늘어놓는 이 모든 것이 우리를 향한 가을의 언어다. 가을이 말하고 있는 인생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세상의 모든 의미에 대하여 나도 가을 속의 한 단어이고 싶다.

2022.10.28

므두셀라의 긴 나날

(창세기 5: 21-27) - 양왕용(부산대 명예교수) 이 땅에서 가장 오래 산 므두셀라 969년의 긴 생애 창세기 5장 21절부터 27절까지 단 7절에 짧게 나와 있나니 그는 아담 이래로 처음 산 채로 하늘로 올라간 아버지 에녹의 신앙 때문에 지상에서 가장 오래 살았는가? 그의 969년의 긴 나날 어떠했는가? 우리는 도무지 알 수 없나니. 187세에 라멕 낳은 후 782년 동안 많은 자녀 낳았다고 하나 그 숫자도 기록되어 있지 않는데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365년 산 그의 아버지 에녹 못지않게 므두셀라 그의 이름 기억하나니. 이 땅에서 므두셀라처럼 오래 살고 싶은 욕망 때문인지 단지 지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의 이름으로 므두셀라를 기억하나니.

예술가

- 한경직 목사(1902~2000) 전에 어떤 서양의 예술가가 무고한 오해를 받아 억울하게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 그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지만 자기의 가장 취미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교도소 직원에게 도화지와 붓과 물감들을 간청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계속 직원에게 간청을 하자, 귀찮은 듯 마당에 버린 걸레를 집어 주면서 “당신이 그렇게 그림 그리고 싶으면 이 걸레 위에 그려보라,”고 하며, 겨우 물감 몇 가지를 던져주었다. 예술가는 독방에 앉아 긴 묵상 끝에 그 걸레 위에 한 사람의 얼굴을 그렸는데 곧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이었다. 그는 그림을 방에 두고 날마다 기도했다. 얼마 후 그는 무죄석방이 되어 나갈 때 그 그림이 알려져 유명한 성화가 되었다. 걸레 위에 그려진 그리스도의 얼굴,..

칼럼 2022.10.25

첫 번째 펭귄

언젠가 TV에서 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중에 펭귄에 관한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펭귄은 물에 들어가야만 먹이를 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물속에는 바다표범 등 무서운 천적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펭귄들이 주춤거리고 있는 그때, 갑자기 한 마리가 물에 뛰어듭니다. 이것을 'First Penguin' 즉, '첫 번째 펭귄'이라고 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이 첫 번째 펭귄이 뛰어들자 그제야 다른 펭귄들도 용기를 내서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첫 번째 펭귄 때문에 다른 펭귄들도 용기를 낸 것입니다. 펭귄들 사이에서는 이 '첫 번째 펭귄'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우리의 교회에도 '첫 번째 펭귄' 같은 사람을 찾으십니다. 누가 먼저 그런 첫 번째 펭귄을..

‘천년향’ 앞에서

- 유소솔 세상일에 찌든 영혼들 고요 찾아 가는 길 가평의 ‘아침고요 수목원’ 형형색색 가을 꽃잎에 감탄하다 이 수목원의 보물 ‘천년향’ 앞에서 가슴 설렌다. 비바람 눈보라 헤치고 백년고개 열 번 넘어 오느라 세월 무게에 등이 좀 굽었으나 아직도 의젓하고 품위 있는 향나무 모든 노인들은 닮고 싶다. 얼마나 그리우면 우리를 천년 동안 기다렸을까 감동의 물결에 젖은 노인네들 천리 밖에도 찾아가는 그대 향기 우리도 천년향의 한 자락 되어 세상에 그윽한 향이 되리라.

202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