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의 단상 190

2022년 맥추감사절

다음 주일은 맥추감사주일입니다. 맥추감사절이 한국교회 전통이 된 것은 과거 혹독한 가난을 겪은 우리에게 보리추수의 기쁨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누가 시킨 것도, 가르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한국교회 곳곳에서 드리기 시작한 감사가 계속되면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감사 절기가 된 것입니다. 오직 쌀을 주식으로 겨울을 보낸 우리 조상들은 초여름 보리를 추수할 때까지 가장 배고픈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때가 바로 춘궁기라고 불리는 보릿고개인데, 긴 겨울을 굶주림에 시달리며 보리가 자라기만 기다리고 견디었습니다. 마침내 보리가 익어 추수했을 때 살아남은 성도들은 제일 먼저 보리를 들고 하나님께 눈물의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신학적 근거도 약하고 역사적 전례도 없는 맥추감사절이 한국교회 토착화된 것은 바로 이런 ..

희망을 버리는 것은 불신앙이다

누군가 말하기를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한다."고 했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 희망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 근대 문학의 개척자인 작가 루쉰(1881-1936)도 이렇게 말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고 했다. 희망의 길은 주어지는 것이기보다 만들어 가는 것이다. '희망의 길'은 보이지 않는 길을 믿음으로 바라보는 믿음의 길이다. 미래를 의미하는 라틴어에 두 가지 단어가 있다. ‘푸투룸’(futurum)과 ‘아드벤투스’(adventus)이다. ‘푸투룸’은 현재의 원..

영성, 지성, 덕성

주일 아침의 단상 영성, 지성, 덕성 - 차준희 목사(한세대 교수) 사람에게는 삼성(三性)이 필요합니다. 즉 영성(靈性)과 지성(知性)과 덕성(德性)입니다. 인간의 전인격은 이 삼성의 깊이와 높이와 넓이에 달려있습니다. 깊은 영성, 높은 지성, 넓은 덕성이 인간의 가치를 채웁니다. '영성'이란 하나님 경외에 근거한 이웃 사랑으로 표현되는 하나님과의 깊은 친밀감입니다. '지성'이란 초월적 존재인 하나님을 지금 여기 이곳에서 형상화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덕성'이란 형상화된 초월적 존재를 살과 피를 가진 체온과 향기 나는 존재로 생생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어떤 분은 영성은 맑은 물로, 지성은 두레박으로, 덕성은 그릇으로 비유합니다. 영성이란 깊고 맑은 우물물과 같고, 지성은 그 물을 길어 올리..

자유는 공짜가 아닙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닙니다. ‘공짜 치즈는 쥐덫 안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짜는 있어도 공짜는 없습니다. 공짜가 없으니 공짜로 얻은 것은 가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정말 가치 있는 것 치고 수고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수고하지 않고 얻으려는 것은 스스로 속는 겁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고하고 고난 받지 않으면 축복도 영광도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구원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값없이 은혜로 된 것입니다. 우리가 그저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동일한 법칙이 적용됩니다. 죄의 삯은 사망(롬 6:23)이므로 우리 스스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죄 없는 하나님의 아들이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대속해 주신 것입니다. 우리..

투표는 신앙입니다

이번 주 6월 1일(수요일)에는 전국적으로 그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바른 정치관과 선거에 임하는 바른 태도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먼저 국가는 모든 국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줍니다. 국가가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국가의 안보, 교육, 경제, 복지 등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종교, 문화, 예술, 여가생활 등 국민 생활의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국가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만, 정치 지상주의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정치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환상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국가의 지도자를 뽑는 행위이지 정치적 메시아를 뽑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교회와 그리..

어버이주일의 단상

오늘은 부모를 공경하는 어버이주일입니다. 부모 공경은 유교의 전통만이 아닙니다. 기독교 신앙의 근본이며 원리입니다. 하나님은 십계명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다루는 첫 번째 계명이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교회의 원리를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 속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부모를 공경하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신앙에서 부모 공경은 계명의 중의 계명입니다. 그래서 부모 공경에는 약속, 즉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리라는 약속이 주어져 있습니다. 공경은 절대 순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주 안에서 공경하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도 완전하지 못하기에 부모도 부족하고 어리석을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낳고 ..

어린이주일의 단상

어린이들에게 본(本)이 되는 교회교육 오늘은 어린이주일입니다. 다음 세대의 주역이 될 아이들의 소중함을 깨 닫고 다시 한번 깊은 관심을 기울이라고 주신 날입니다. 감사하게도 우리 교회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고 성경공부하고 또 즐겁게 노는 것을 보노라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와 함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먼저, 좋은 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은 우리가 먼저 본이 되는 것입니다. 신앙과 삶에 있어 마음껏 따를 만한 본,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와 국가라는 공동체를 이뤄감에 있어서도 그들 속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 본이 되어야 합니다. 외적인 환경은 물질적 풍요로 전보다 더 편하고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

부활절은 계속됩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지켜진 교회의 절기 중에 가장 오랜 절기가 있습니다. 바로 ‘기쁨의 50일’(The Great Fifty Days)입니다. 사실 이 절기 이름이 우리에겐 다소 낯선 용어지만 사실은 교회가 탄생한 이후3세기 동안 갖고 있던 교회의 유일한 절기로, 대림절과 사순절보다 더 오래된 절기입니다. 히브리인들이 유월절부터 오순절까지의 기간을 호멜절(OmerDays)로 지켰습니다. 호멜절은 즉 ‘칠칠절’입니다. 그처럼, 초대교회도 부활주일부터 성령강림주일 때까지 50일의 기간을 ‘완전한 기쁨과 승리’의 기분으로 지속하였습니다. 사순절이 완전한 어둠의 시간이라면, 부활주일부터 기쁨의 50일은 완전한 빛의 시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한 마디의 메시지로 요약하면 '기쁨'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는 부..

부활절 묵상

3중의 부활신앙으로 살아갑시다. 오늘이 부활절입니다. 부활절기가 되면 교회마다 사순절과 부활절 행사를 치르느라 분주합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부활절을 지내자마자 부활의 의미를 잊어버립니다. 마치 국경일에 기념식을 치르고 이듬해까지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처럼. 예수님의 부활은 신화가 아닙니다. 픽션도, 판타지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믿습니다. 부활은 추억(remembrance)이 아니라 생생한 현실(reality)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함께 계십니다. 부활신앙은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장차 ‘내 육체’도 예수님처럼 부활할 것을 믿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매일 매 순간 부활하신 주님과 동..

종려주일의 묵상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거룩한 날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종려주일(Palm Sunday)은 사순절의 마지막 주일,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환영하려고 군중들이 먼저 자기들 겉옷을 길에 폈습니다. 그리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마21:9, 막11:10),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요12:13, 막11:9)라고 외쳤습니다. 사람들이 이 종려가지를 들고 환영했다는 사실에서 '종려주일'이란 말이 유래되었습니다. 그러나 군중들은 인류 구원을 위해 죽으시려 예루살렘 성에 들어오시는 예수님을 바로 알지 못했습니다. 도리어 로마의 통치를 받던 자기 나라를 해방시키는 제..